김영사에서 새로 출시된 <조선 반역 실록>을 읽었다.

역사책은 대학입시 준비할 때 국사 공부한 거 이후로 처음 펼쳤다. 그 전에도 없었음을 생각하면 디스 이즈 미라클!

그래도 덜 겁내라고 작가가 12개 반역 사건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각각 서술했다.

그래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얘기부터 이인좌까지 조선의 반역사들이 두루 등장한다.


대입 준비를 하며 난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창씨개명을 하라는 것만큼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수능을 보는 몇 년동안 국사를 꾸역꾸역 했는데 결국 대학갈 땐 사회탐구 2과목만 선택하는 대학에 붙어버렸고 물론 국사는 망해서 못썼다.

안 그래도 싫고 어려운 국사가 내겐 아직도 트라우마이기도 한데,

노론 강경파 어쩌구 나오니 가슴에 상처를 후벼파는 느낌이면서 여전히 헷갈리고 모르겠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많은 조선의 사내들 중에서도 눈이 번쩍 떠지고 관심이 가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시대를 잘못 만난 재사 정여립'이라는 챕터의 정여립이 그 주인공.

동인, 서인 할 때 맨날 헷갈리던 그 뿌연 이름 중의 하나였는데 비화를 들으니 증권가 찌라시가 따로 없었다.


뛰어난 언변과 학식, 통솔력을 가졌지만 스승인 이이를 너무나 대차게 까고,

갖고 싶은 건 반드시 가져야 하며, 7살 무렵 동물을 학대했다고 아버지한테 일러바친 아이를 죽일 정도로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폭력성을 가진 인물.

예쁘다고 소문난 여자는 굴 파고 도망가는데도 가서 잡아올 정도로 또라이 같은 집념을 가졌다.

근데 한 편으론 너무나 자유로우며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참여하는 대동계라는 자생 조직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관군이 제대로 물리치지 못했던 왜구를 막아내기도 했단다.

죽을 땐 역모를 꾸미고 도망가다가 아들을 비롯해 자기 편들 죽인 다음에 자살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밭일만 하거나, 김홍도 그림 보고 좋아하고 이렇게 아주 순수하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도 막장 오브 막장인 이런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만일 정여립의 반역이 성공했더라면 현재 우리 삶이 더 나아졌을까, 퇴보했을까 궁금증도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트럼프같이 마이웨이 고수하는 지도자가 됐을까? 아니면 저 성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전자팔찌를 찼을수도 있겠지.


얼굴로 날리는 개그맨이 아닌 컬투나, 호통개그를 하는 박명수는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사람들을 웃기고 유명해질 수 있었다는 말을 줄곧 한다.

근데 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저들이 조선시대에 태어 났더라도 지금의 카리스마나 무대장악력, 끈기로

서민들을 위로해주는 광대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저 때가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사회체제가 느슨하니 더 독보적인 광대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늘 나에게 이렇게 생각의 나래를 활짝 펼치게 한 정여립도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을지언정 

현시대에 살았더라도 예전처럼 놀라움과 경악과 동시에 짠함을 주는 인생을 살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박시영은?

현재에 감사하기로 한다.


 








+이 포스팅은 김영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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